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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폴란드 숲을 지배했던 사냥광 괴링의 모습(왼쪽부터 시계방향)과 공장식 농장의 어미 돼지, 동물학자 시모나 코사크의 모습. 가지출판사 제공





기후위기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어렴풋하게나마 무엇을 해야 할지 알면서도,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기술은 오래전에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고, 저만치 멀어진 기술의 뒤꽁무니를 바라보며 ‘인간 이성’의 가치만 역설하고 있다. 영국 작가 케기 커루의 ‘야생의 모바일야마토 존재’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온 4만 년의 시간을 더듬으며, 가치의 역설이 아닌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책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천의 핵심은 리와일딩(rewilding), 즉 재야생화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몸에 각인된 연대의 기억을 좇아” 야생을 회복하고 생명 공존의 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잉글랜드의 릴게임추천 한 자연보호구역 안에 거주하며 약 8만9000㎡의 땅을 사들여 소규모 리와일딩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울퉁불퉁한 점토질 땅은, 폐허처럼 보이지만, 이내 잠자리와 올빼미, 박쥐, 야생벌들이 찾아들었다. 생명이 돌아온 것이다.
역사 이래 모든 동물은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는” 존재들이었다. “영양을 되살리고 꽃가루를 나르며 씨앗을 릴게임황금성 흩뿌리고 토양을 일구고 물을 맑게 하며 땅과 바다를 풍요롭게” 하는 일은 오로지 동물의 역할이었다. 초기 인류는 사냥감을 쫓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포식자에게 쫓기는 “중간에 낀 신세”들이었다. 하지만 불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집단생활의 체계가 잡히면서 모든 동물들에게 인간은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우리가 발을 딛는 곳마다 멸종이 뒤따랐다. 가축화에 성공했 바다신2릴게임 고, 희귀한 동물들은 동물원 우리에 가두었다. 한편으로는 “멸종 위기종을 구한다는 착각”에 빠져 “번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 알면서도 쉬쉬하는 비밀 하나.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 대부분은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동물을 위한다면 인간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인간의 차지를 줄이고, 야생으로 돌이키는 작업을 지금 시작하면 된다.
그렇 오션파라다이스예시 게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호주참갑오징어는 몸 전체 색을 끊임없이 바꾸며 메시지를 전한다. 물결 같은 줄무늬, 퍼져나가는 얼룩,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광채, 진주알을 꿰어놓은 듯한 빛의 띠, 스치는 구름처럼 흐르는 결, 점과 지그재그 선 그리고 무지갯빛 등은 단순 반사 작용이 아닌 “뇌에서 직접 신호를 보내 신경을 통해 근육을 조절”해 만든 메시지다. 돌고래는 자신을 식별하는 고유한 휘파람 소리를 내고, 꿀벌은 배를 흔들어 소통한다.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동물들의 소통 방식을 ‘본능’이라고만 치부한다. 문제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여 년 동안 벌어진 야생 세계에 대한 인간의 정복과 약탈의 문명사는 그야말로 참혹하다. 전 세계 대륙의 야생에 지천이었던 비버는 “빼어난 털”을 노린 인간들에 의해 멸종 지경에 이르렀다. 사냥으로 생존하지 않는 시대인데도, 곰과 고래 등은 최첨단 사냥 도구 등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해마다 동물 720억 마리가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있다. 채식과 육식의 대결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동물의 터전을 과하게 빼앗았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어떤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동물들에게 새로운 삶의 장소를 만들어주려고 애쓴다. 아쉽지만 그 도움이 방해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존재만으로도 야생은 엉망이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이렇다. 자연에 주도권을 돌려주고, 야생을 스스로 돌보게 맡기면 된다. 저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길이 243㎞, 너비 4㎞의 땅” 비무장지대(DMZ)를 언급한다. 지금도 지뢰가 묻힌 위험한 지역이지만, 그곳에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멸종 위기 산양 등 5000종 이상의 동식물이 보금자리를 틀었다. 리와일딩은 자연을 정복 대상이나 적으로 보지 않고 친구라고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 “살아있는 세상을 유지하는 이 구조의 작동 원리를 배우는 일”이 교육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이 자연과 조화하고, 일하는 것이 의미 있고 즐거운 차원을 넘어 가치가 있는, 진정으로 강하고 건강한 녹색 경제”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당장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변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708쪽, 3만8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